‘풍요의 부스러기’전을 통해 박은수 작가의 혼(魂)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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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부스러기’전을 통해 박은수 작가의 혼(魂)을 엿보다
  • 박용구 오늘경제 광주전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6.18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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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 자체를 따뜻하고 차가운 색채와 점으로 표현

기자 생활을 하다보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1년에 수십 번 정도는 전시회에 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괜히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가슴을 뛰게 하는 작품을 만날 때도 있다. 특히 작가의 혼(魂)이 깃든 탄탄한 작품을 만날 땐 더욱 가슴이 뛴다.

최근 6월에만도 여러 전시회를 가봤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볼 수 있었던 전시가 바로 박은수 작가의 ‘풍요의 부스러기’전 이었다.

박은수 작가의 전시회를 보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 광주 운림동으로 향했다. 전시를 하고 있다는 광주 드영미술관으로 가는 내내 기대가 컸다.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이런 기대를 갖게 된 데에는 박 작가를 소개한 이가 “가 보면 그림이 참 좋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고 미리 귀띔을 해줬기 때문이다.

박은수 작가는 지난 4일부터 광주 드영미술관에서 ‘풍요의 부스러기’라는 주제로 초대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7월26일까지 열린다.

이날 미술관 1층과 2층, 그리고 지하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때론 뜨겁고, 때론 차가운 강렬한 색들의 향연에 일단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소개한 이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곧 알 수 있었다.

Piece of Richness 186×232cm Mixed Media on canvas.
Piece of Richness 186×232cm Mixed Media on canvas.

관람하는 동안 박은수 작가가 곁에서 무지한 기자의 질문에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여줘 작가의 작품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듯한데, 크게 세 가지 질문을 한 것 같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 모든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게 있죠. 저의 경우 초창기에는 인간의 다양한 ‘군상(群像)’을 그렸어요. 그러다 이들 작품에는 관람하는 사람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요. 관람하는 사람들은 그림이 표현한대로 느끼고 보기만 하면 충분했으니까요. 이후 작업은 ‘군상(群像)과 도시(都市)’를 표현했어요. 지금의 작업은 예전보다 훨씬 추상화되어 있어 관람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감상할 수 있죠.

이번 전시의 주제가 ‘풍요의 부스러기’인데요. 여기서 풍요는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에요.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사는 거고,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흔적을 남기게 되죠. 저는 이 삶 자체를 ‘풍요’로 본 거구요. 인간이 남긴 흔적을 ‘부스러기’로 본 것입니다. 인간의 삶 자체를 따뜻하고 차가운 색채와 점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참고로 박 작가의 작품세계는 세 시기로 구분된다. 제1기는 1990년부터 2010년까지로 군상(群像)시대를 말한다. 이때 작가는 다양한 현대인의 초상을 주제로 부조기법을 통해 기호화했다. 이어 제2기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로 군상과 도시시대이며, 제3기는 색채시대를 지칭한다. 이때 작가는 ‘순수한 삶’이라는 주제로 종이 재료의 특성을 활용, 부조화된 조형과 색채를 추상화한다.

Piece of Richness 163X132cm Mixed Media on canvas.
Piece of Richness 163X132cm Mixed Media on canvas.

▲도록의 사진에서는 작품의 질감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는데, 직접 보니까 캔버스의 질감이 독특해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한 것인가?

- 채색하기 전 과정이 아주 복잡합니다. 오일이든, 아크릴이든 시간이 지나면 크랙이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중요한 작업이 캔버스에 하는 바탕칠인데요. 저는 먼저 캔버스에 바탕칠을 여러 번 촘촘히 해서 이질감이 없도록 합니다. 그리고 입체감을 나타내는 재료는 신문지에요. 신문지를 잘게 부수어 종이죽을 만들고, 두툼하게 발라 말려진 종이죽이 건조되어 일정한 형상을 나타내면 그라인더로 갈고, 다시 굵은 사포, 중간 사포, 가는 사포로 바꿔가며 또 다듬죠. 재료는 신문지지만 저만의 노하우가 있어서 돌처럼 단단해요. 망치로 내려치지 않는 한 부서지지 않아요.

이런 과정을 거쳐 부조가 만들어지면, 그 위에 채색을 하고, 다시 일일이 깎아내고 덧칠하기를 반복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덧붙여 채색의 과정을 하나하나 일일이 기록하고 있어요. 덧칠을 했을 때 색의 변화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지요. 다음 작업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논문을 쓸 때 자료로 쓰기 위해서죠.

앞서 박은수 작가의 작품세계를 세 시기로 구분한다 했는데, 이 신문지를 활용한 부조기법은 이 세 시기를 모두 관통하고 있다.

▲작품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 것 같은데,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

- 바탕칠에서부터 부조가 만들어지기까지 약 4개월이, 채색까지는 8개월이 걸립니다. 뭐 하나만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개의 캔버스를 펼쳐놓고 동시에 작업을 하지요. 이렇게 1년에 80개 정도 작업을 하고요. 이 중에서 좋은 작품을 골라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박은수 작가의 작품은 어느 하나 쉬운 작품이 없다. 혼이 깃들어 있다. 지금 죽더라도 작품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그리고 작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박 작가의 앞으로 작업에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박은수 작가
박은수 작가

한편, 전남 고흥 출신인 박 작가는 조선대학교 회화과 및 동대학원 미술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개인전 29회 KIAF, ART BUSAN 등 다수의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2006년 광주시미술대전 대상, 2008년 무등미술대전 대상, 2013년 전라남도미술대전 대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비롯하여 초대기획전과 단체전에 약 400회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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