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6.15 남북정상 20주년은 ‘기념의 시간’이 아니다”
상태바
“지금 6.15 남북정상 20주년은 ‘기념의 시간’이 아니다”
  • 임한필 김대중평화캠프조직위 사무처장
  • 승인 2020.06.15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한필 김대중평화캠프조직위 사무처장
임한필 김대중평화캠프조직위 사무처장

최근에 북한이 연일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협박용이 아니라고 한다.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남한에서 가장 주목을 받아왔다. 권력의 탈이 아닌, 여성이라는 것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이라는 인간적인 면이 더 부각되었다. 그러나 6.15 남북정상 20주년인 지금, 김여정은 남북관계 파탄의 주역이 되어가고 있다. 그녀의 발언에 깊은 가시가 돋쳐있다.

다시 남북관계를 돌이켜보자. 20년 전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거침없는 만남은 온 국민에게 통일의 희망을 심어주었다. 문익환 목사의 “통일은 다 됐어”라는 말이 실질적으로 펼쳐지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던 그 ‘환상’은 노무현정부의 대북특검으로 긴 수렁의 길로 빠져들었다. 소위 ‘친북성향’의 장관이 나오고, 남북관계 최고의 전문가가 포진해도 그 길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명박근혜정부에서는 애당초 희망을 걸 수 없었다. 5.24조치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2017년 촛불시민혁명으로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희대의 협상가’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북미-남북-남북미 정상회담이 쉴 틈 없이 펼쳐지면서 2000년 정상회담에서의 ‘환상’을 느꼈다. 그러나 말잔치로 끝났다. 문재인정부는 이명박근혜의 반통일방침의 상징인 5.24조치로 막힌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가동을 풀지 못했다. 그것도 촛불정부가 탄생된 지 3년이 지났고 여당에게 180석이라 유래 없는 지지를 보낸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미래지향적이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들어본 적이 없다. “5천년동안 우리는 하나였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자주적인 통 큰 결단이 없다. 노무현정부에 이어서 '친북성향'의 장관, 남북관계 최고의 전문가 정책라인이 문재인정부에 포진해있지만, 지금 북한은 남북관계 파탄과 함께 전쟁을 운운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

필자는 과거 1980년대 통일을 외쳤던 ‘자주파’, 지금은 ‘586’으로 알려진 세력이 왜 2000년대 이후 남북관계에서 장관을 하고, 통일정책의 주요결정라인에 있음에도 남북관계는 요원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더 궁금한 것은 그들은 왜 미래지향적인 통일정책을 선도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대학생 시절에 외쳤던 선언적 구호를 국가운영의 책임자로서 실질적 방안을 그리고 펼쳐나갈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말이다. ‘또 하나의 조국’인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들의 야심을 숨기지 못하고 초를 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남한의 반통일 세력이 그들의 발을 움켜잡고 있어서 정치적 생명만 연장하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그들의 지난 대학시절의 외침이 허구였을까?

비판으로만 끝나기에는 지금 우리의 상황이 백척간두에 서있다. 그래서 필자는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이제는 한반도 통일은 4자가 보장해주는 시기는 지났으며, 남북 당사자가 풀어야할 과제가 되었다. 1970년대 남북통일을 주장한 김대중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대강국이 보장해주는 것을 필수요건으로 강조했다. 1990년대부터 다자구도의 기능주의적 회담방식이 유행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포스트 김대중 시대이다. 이제는 새롭고도 현실적인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김대중의 정신과 철학을 계승하는 것이다.

둘째, 한반도 평화와 통일만큼은 ‘급진적’이어야 한다. 이미 기득권세력으로 안주하고 있는 ‘586’세력은 통일정책에 급진적이지 못하다. 보수적인 국민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가기에는 한반도 통일은 절실하다. 욕을 먹더라도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서 통일의 물꼬를 터 가야만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통일은 가능하다.

셋째, 통일정책을 결정하는 핵심라인을 교체하고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다. 이제 2년도 못 남았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북한도 힘든 상황이다. 우리 속담에 ‘빈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지난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때를 보면 남한은 IMF로 힘든 시기를 보냈고, 북한은 1990년대 기근으로 고난의 행군을 보내왔던 시점이었다. 지금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그러기에 지금 김여정의 목소리를 통한 북한의 태도가 더 험악해졌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 우리는 남과 북이 진솔하게 만나서 서로의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흑인사망’ 사건을 보면서 미국은 더 이상 민주, 인권, 평화를 선도하는 초일류국가가 아니다. 중국 또한 홍콩사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면 넘버2로서의 위상을 세우기에는 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이 빈곤하다.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은 거대하지만, 이는 돈과 힘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에서 가능한 것이다. 지금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가 세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보았듯이 돈과 권력을 넘어 새로운 시대는 인본주의적 철학과 시스템이 세계를 주도할 것이다.

이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남과 북, ‘5천년동안 하나의 민족이었던’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6.15남북정상회담 20주년 ‘기념의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통일정책에 대한 성찰과 반성 속에서 새로운 방안을 내놓는 또 다른 ‘실천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