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愛를 다시 해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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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愛를 다시 해석하다
  • 김광호 여양중 교사
  • 승인 2020.06.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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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인간의 향기를 지닌 채 세상과 소통하라
김광호 여양중 교사
김광호 여양중 교사

출세(出世)하고 싶다 했는가? 우선 영혼에 인성(人性)이라는 씨앗을 심고 지성(知性)이라는 곁가지를 달면 그때 천천히 인간 세상으로 걸어가라. 그게 출세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말하는 출세의 어원은 불교와 유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불교에 ‘출세간(出世間)’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의 의미는 ‘세간을 떠난다’는 의미이다. 즉 인간 세상을 떠나 승려가 되는 것이 출세였다.

세(世)는 세속이요 속세를 뜻한다. 매일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곳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출(出)은 깊은 산속을 뜻한다. 산(山) 위에 또 다른 산(山)자가 겹쳐 있는 모습이니 깊은 산속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출세는 속세를 떠나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출세간을 다시 해석해 보자. 사람이 사는 세상은 정말 시끄럽다. 그곳에는 욕심이라는 본능이 숨쉬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타인을 비방하고 미워하며 심지어는 생명까지 빼앗는 일이 일어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미움과 고통을 잠재울 수 있는 저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마음을 닦고 사는 것이 사람의 탐욕을 줄일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불교 색채가 다분한 출세의 개념은 조선 시대에 와서는 완전히 바뀌었다. 유교의 중요가치가 충과 효이다 보니 입신양명(立身揚名)이라는 단어가 급부상했다. 몸을 바로 세워서 세상에 이름을 날려 부모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을 중시하였으며, 이것을 곧 출세라고 생각하였다.

유교에서 말하는 입신양명을 다시 정리해 보자. 조선 사회는 나와 부모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중시한다. 그게 바로 효이며 충이다. 그것을 입신양명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입신(立身)은 몸을 바로 세운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강직하게, 강건하게'라는 의미이다. 그냥 관직에 나가는 게 아니라 마음 수양을 마치고 다른 사람을 다스릴 수 있는 치자(治者)의 준비가 끝나면 나간다는 것이다. 일명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삶의 자세를 기억해야 한다.

양명(揚名)은 이름을 날린다는 의미이다. 누구의 자식은 공직자가 되었는데 그 사람은 올곧고 지식까지 겸비해 많은 시민으로부터 칭송까지 받는다는 의미이다. 혹여 자신만 생각하고 국민에게 세금만 가혹하게 걷는다면 탐관오리(貪官汚吏)라는 오명을 얻을 것이다.

이렇듯 출세의 어원인 '출세간'이나 '입신양명'은 인간의 깨끗하고 곧은 마음과 상관관계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변덕이 심하다 보니 어떤 방법으로든 닦음이 필요했다. 그 닦음이 전제되었을 때 비로소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세상의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출세는 어원에서 한참 멀어졌다. 자신의 수련을 전제로 하지 않고 오직 세속적 욕망만 채우려고 하니 도처에서 사람들의 노여움과 슬픔의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출세(出世)하고 싶다 했는가? 이젠 산으로 가지도 말고 서울로만 향하지도 말자. 그냥 인간의 향기를 지닌 채 세상과 소통하고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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